아베를 추모한다는 사람들의 코미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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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를 추모한다는 사람들의 코미디 쇼
  • 김성우/상지대 FIND칼리지 교수
  • 승인 2022.07.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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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마르크스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헤겔이 어디에선가 언급했듯이, 모든 거대한 세계사적인 사건과 인물은 말하자면 두 번 일어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일어난다나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그는 잊었다.”이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과거를 잊은 민족이나 국민은 그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세워진 공화정이 나폴레옹 1세의 황제 등극으로 끝이 난 것은 일종의 비극이다. 혁명이 배반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그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 3세가 초대 대통령이자 마지막 황제가 된 것은 프랑스 역사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이다. 나폴레옹 3세는 최초의 근대적 독재자로 평가받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피살에 대한 애도는 외교적으로 당연한 관행이며 그 유족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 목적으로 그 관행을 넘어 추모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듯하다. 추모란 죽은 사람을 사모하며 고인의 행적과 뜻을 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사살한 이토 히부로미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114일 장충단에서 열린 관민추도회에 총리대신 이완용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1만여 명이 참여하였다. 그다음 해에 일본제국주의에 국권을 뺏겼다. 이 추도회는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본제국주의를 강도하고 불렀다. 강도는 무력으로 위협하여 남의 것을 수탈하는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침략의 주범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같은 고향의 출신으로 아베 신조는 자신이 존경하는 이토와 공통점이 많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에 따르면 두 사람은 근대 일본의 국가주의와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요시다 쇼인을 스승으로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의 아버지이자 교육의 신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혐한으로 정치 세를 불리려는 일본 극우 세력의 사상적 뿌리이다. 이토는 쇼인의 제자이며 그의 정한론’(조선 침략론)을 충실하게 실행으로 옮긴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아베 전 총리는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쇼인의 글을 바탕으로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총리 재선에 성공한 직후인 2013813일에는 쇼인의 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참배하며 쇼인 선생의 뜻을 충실하게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김세진의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그해 아베는 미국에서 자신이 우익 군국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찬란했던 일본제국주의의 영광을 다시 꿈꾸며 이웃나라들에 행한 침략 전쟁 범죄의 과거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이에 따라 이웃나라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특히 대한 수출 규제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벌인 보복 정책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평화주의자이자 친한파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침략주의자인 고조부의 정치적 노선을 따랐다. 고조부는 오시마 요시마사(1850~1926)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 8,000명을 이끌고 경복궁을 기습 점령해 내정간섭을 시작했으며 관동(만주)도독 시절에 안중근 의사를 사형대에 세운 인물이다.

 

아베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로 언급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토의 정신적 후계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아베를 추모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다니 안중근 의사가 통탄할 일이다. 아베에게는 찬란한 영광의 과거가 우리에게는 침략과 지배의 상징이며 참혹하고 끔찍한 상처인데도 말이다.

 

이토에 대한 추모제는 우리 역사의 비극이었다. 마르크스의 격언처럼 처음에는 비극이 다음에는 희극이 된다. 아베의 피살을 국내 정치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기획하는 추모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쇼가 아닌가? 그들의 쇼는 스스로 친일파 이완용의 정신적 후계자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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