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편향주의를 벗어나 순수한 작품만으로 수상자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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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편향주의를 벗어나 순수한 작품만으로 수상자를 결정”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2.06.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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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펀문학상 수상시집 발간]
- 사이펀문학상은 지난 6년 동안 이중기(2016), 윤의섭(2017), 길상호(2018), 성윤석(2019), 김참(2020), 조말선(2021) 시인 등 6명의 수상자

계간 사이펀2016년 여름호로 창간되었다. 전국의 숨어 있는 시인들을 발굴하고 인터넷 등으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시의 홍수에서 조금이라도 걸러낸 시들을 세상에 내놓자는 취지로 창간된 것이다. 그래서 제호도 고민 끝에 송진 시인의 제안으로 ‘Siphon’으로 정했다. 이렇게 제호가 정해진 이유는 좋은 시를 잘 쓰는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을 빨대처럼 힘껏 뽑아 올리겠다는 의지가 깃든 취지로 사이펀문학상 수상시집이 나온 것이다.

 

2016년부터 시상해온 사이펀문학상은 지난 6년 동안 이중기(2016), 윤의섭(2017), 길상호(2018), 성윤석(2019), 김참(2020), 조말선(2021) 시인 등 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사이펀문학상은 올곧은 문학성을 지닌 채 자신의 시 세계를 굳건하게 지키는 시인들을 조명하고자 시행되고 있다. 해마다 1년 동안 사이펀에 발표된 작품들이 심사대상이다. 현재 이들 수상자 모두는 한국문단에서 중추적 문단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수상시집은 각 수상자의 당선작과 함께 근작 시 5편씩을 담고 있다. 당선시의 우수성과 해당 시인의 시를 통해 독자들이 현대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각 시인들의 개성적 작품을 한권으로 볼 수 있는 수상시집이다. 더구나 수상자들을 보면 리얼리즘, 서정시, 현대시 등 다양한 시적 세계를 지닌 분들이 상을 받아 문학적 편향주의를 벗어나 순수한 작품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이펀의 편집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당선된 사이펀 신인상 수상자인 김려, 김뱅상, 조준, 조영진, 임윤아, 윤준협, 최재원, 이충기, 허진혁, 김서, 김중호, 방미영 등 신인들의 당선시와 근작시도 함께 실려 있다.

 

발행인 배재경 시인은 유명시인을 지양하고 자신의 문학성을 공고히 해온 숨어 있는 시인들을 격려하고자 시상하는 상이다며 사이펀은 잘 나가는 시인보다는 지역의 숨은 시인들을 발굴하여 세상에 내놓기 위해 지면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의 글을 쓴 강은교 시인은(동아대 명예교수) ‘여기, 젊은 시인들의 언어의 잔치가 열리고 있다. 젊은 언어들에선 첨 만나는 바람이 분다. 첨 만나는 향기가 풍긴다. 지나가는 이들이여, 이 향기에 취해 보시라. 당신의 시 마당에 이 향기를 뿌려보시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붙잡으면서 손에 책을 쥐어 주고 있다. 조창용 시인(사이펀문학상운영위원장)은 사이펀문학상을 시상하는 즐거움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시간이 차오를수록 문학상의 위상은 높아가고 있어 문학상 운영을 해오길 잘했다는 자평과 함께 더욱 돈독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우리 한국문단에는 무수히 많은 문학상이 있다. 이미 권위와 유명세를 가진 문학상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최근 문학상의 순수주의가 흔들리는 일들이 생기면서 문단의 작은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객관성과 운영의 진정성을 가진 문학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문학상이라 하여 무조건 상금이 많아야 권위가 있고 큰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상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에 맞는 수상자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선정하느냐가 관건이다.’며 무엇보다도 객관성을 강조했다

 

사이펀문학상은 심사과정에서 큰 상을 받으신 분들은 의도적으로 제외시킨다. 큰 상을 받지 못한 활력 넘치는 분들에게 상이 주어져야 해당 시인에게 격려가 되고 용기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제외시키는 것은 객관성에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당초 목적에 둔 창작력 고취와 숨은 시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점을 고려하여 과감히 제외시킨단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사이펀의 신인상과 수상자들은 우리 문단의 새로운 미래이자 별들이 될 것 같다. 부디 우리 시인들에게 소금이 되고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

 

강민숙 시인
강민숙 시인

 

원숭이 놀이

 

사람들이 우우 모여들어 박수를 칩니다.

박수소리에 우쭐하며

나무에 오른 원숭이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물구나무서서 싱긋 웃고 있습니다

-찍찍 만세 삼창을 불러 봅니다.

 

꽃이 피고, 녹음이 져도

원숭이가 내려 올 줄 모르자

이제는 사람들이모여 그만 내려오라고

워워 소리를 칩니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슬픈 원숭이는

그저 고개만 갸우뚱거립니다.

애초 오르지 말아야 할 나무 위에

걸터앉아

조사모삼 하는 사람들 내려다보며

혼자서 너털 웃음지어 봅니다.

오히려 조삼모사가 맞는 것 아니냐며

되묻기도 합니다.

 

얽히고설킨 세상살이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아파하다가

심장을 움켜쥐고

저마다 절뚝절뚝 걸어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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