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진단] FATF 권고 관련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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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 FATF 권고 관련 공약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9.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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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여야 경선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개발 특혜와 관련된 뉴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뉴스 중 하나는, 금융정보분석원(KoFIU, 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이 지난 4월 대장동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화천동인의 수상한 금융거래 내역을 경찰청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FIU가 무엇인지, 그리고, 금융투명성 강화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짚어보자.

 

FIU란 무엇인가?

(1) FIU의 탄생배경

2001911,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을 향해 항공기가 돌진해 충돌하는 끔찍한 자살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대형 테러사건을 사전에 감지할 수 없었는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 정부가 장기간 조사와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돈세탁 등의 과정을 거친 거액의 불법 테러 자금이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1989G7 합의 도출 및 UN 협약 및 UN 안보리 결의를 도출해 냈다.

 

UN은 구체적인 금융 조치의 이행을 위한 방안으로, OECD 산하에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라는 행동기구를 설치했다.

 

우리 정부는 FATF가 마련한 금융규범을 충족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200193FATF 권과사항을 제도화하기 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20011128일에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제3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 KoFIU)을 출범시켰다.

 

20081222일에는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효력을 발생시킴으로써, 우리나라는 이른바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 3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준비작업을 마치고, 200910FATF의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2) FATF는 어떤 일을 하는 기구인가?

FATF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AML/CFT, Anti-Money Laundering/Combat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 분야 국제규범을 제정하고, 각국의 규범 이행 현황 평가·감독 (상호평가)하고 있다.

 

FATF는 주기적으로 회원국을 방문해 제도와 시스템을 평가하고 있다. 제도평가 과정에서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해당 국가에 이행을 권고하고, 권고한 사안에 대해 사후적으로 회원국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FATF가 상호평가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항목은, 예방조치, 사법제도,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 조달금지 제도, 국제협력, 투명성장치, 금융기관과 특정 비금융사업자의 제도이행과 감독, 고객확인(KYC, Know Your Customer), 기록보관, 의심거래보고, 고액 현금거래 보고 등이다.

 

FATF는 매년 자금세탁 거래 유형을 분석하고 각국의 대응조치를 검토해, AML/CFT 국제규범 미이행 국가를 선별해 금융제재(Financial Sanctions)를 가하고 있다. 북한,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시리아 등의 국가가 금융제재를 받고 있다.

 

사실상 FATF는 미국 주도로 설치된 기구이기 때문에, FATF의 금융제재를 포함한 모든 의사결정은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FATF 상호평가 결과는 해당 국가의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로 활용되고, 신용평가기관들이 개별 국가별 신인도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 위험(Country Risk) 결과는 특정 국가가 국채나 국가 보증채 등의 채권 발행 시 가산금리를 결정에 활용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신용장 개설 또는 무역대금결제 등과 관련된 수수료 등 금융비용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국익과 직결된다.

 

이런 까닭에 어떤 나라도 FATF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FATF의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평가 진행 경과

우리나라는 지난 2009FATF 1차 상호평가를 받았고, 20192차 상호평가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상호평가는 5년 주기로 시행되는데, MB정부 시절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2차 상호평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차 상호평가 준비를 위해, 201510월부터 12개 정부 부처를 참여시켜 FATF 상호평가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착실하게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201811월 우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우리나라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확인분석한 국가 위험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에 근거해 ‘FATF 상호평가 대응 방향을 작성해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어, 1FATF 상호평가에서 권고받은 사안과 FIU의 추가 요구사항 등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세부적으로, 2018년부터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2019.1)과 시행령 개정(2019.2월 등 3차례)을 개정했고,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2019.4)했다.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업무규정을 개정(2019.6), 특정금융거래보고 등에 관한 검사제재규정을 신설(2018.7)했고, 그리고, AML/CFT 정책협의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 등을 제정(2019.1)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금융권에, 자금세탁 방지 전산 프로그램 고도화 작업의 수행 및 자금세탁 방지 관련 업무를 수행에 충분한 인력 충원 등을 실행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2차 상호평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긴급 권고 사안의 시급한 입법 필요

FATF2020420일 제2차 상호평가 보고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FATF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40가지의 시정 요구사항을 권고했고, 우리 정부가 우선 조치해야 할 8가지 권고 사항(Priority Actions)을 강조했다.

 

8가지의 우선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 비금융사업자(DNFBPs) 전 부문에도 AML/CFT 의무를 적용하도록 AML/CFT 체계를 확대하고, 이들 부문의 감독 당국을 지정해야 한다.

 

둘째, 국내 및 국제기구 정치적 주요인물(PEPs, Politically Exposed Persons)을 포함하도록 AML/CTF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조세범죄 기반 자금세탁범죄를 기소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

자금세탁 전제범죄에 포함되는 조세범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제범죄의 범위를 의심거래 보고의무가 있는 범죄들에 맞추어 조정하는 방안 등

 

넷째, 몰수대상 자산 중 실제 환수액을 늘릴 수 있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몰수 및 환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제와 조치를 체계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다섯째, 차명계좌 사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의 흐름을 수사추적할 수 있도록 법집행기관의 능력을 활성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도구들을 탐색하는 등의 긍정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여섯째, 동결 의무를 DNFBPs와 모든 자연인법인까지 확대하고, 확인된 제도적 미비점을 해결해야 한다.

 

일곱째, 동결의무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밀금융제재(TFS) 이행 관련 지침을 발행해야 하며, PF(Prolification Financing,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금융거래(“확산금융”) 관련 조정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여덟째, KoFIUIT 자원을 업그레이드하고, KoFIU 기관 내 지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장기근무 인력의 수를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가 피할 수 없는 사안

지난해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이유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 당시 추 장관은 거액의 금융 수사를 수사하던 합수단이 외부와 유착됐다는 논란이 이어진다며 합수단을 부패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012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구상이 반영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란 대통령령을 개정해, 2013년도에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합수단을 해체했다.

 

그런데, 합수단 폐지 후 증시 호황과 맞물려 늘어난 금융증권범죄 대응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개월 만에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을 부활시켰다.

 

다행스럽게도, 첨단 금융사기 또는 탈세사건 수사와 관련해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수사 노하우가 사장될 위험이 줄어들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기에 국제질서를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고 FATF 권고사항 등의 국제규범도 준수해야만 한다.

 

2차 상호평가를 받기 직전, 우리 정부는 10년 전 1FATF의 권고 사항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작업을 하기 위해 호들갑을 떨었다. 굼벵이처럼 10년 동안 꾸물거리다가, 2차 상호평가를 앞두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자 마지못해 몰아치기식의 입법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런 것은 정치권이나 재계를 비롯해 금융 투명성 강화를 두려워하는 이른바 기득권층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FATF2차 상호평가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9년에 실시한 1차 상호평가보다 범위가 훨씬 광범위했다. 검토(Review)는 감사(Audit)가 아니기에 구체적인 금융거래 데이터를 확인하는 현장 실사 등을 통한 사실 또는 구체적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은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금융권 전반의 구석구석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상호평가보다 훨씬 검토범위고 넓었고 강도도 높았기에, 우리나라의 금융 투명성 강화에 필요한 내용이 충분히 망라돼 있다.

 

우리나라는 차기 정권 임기 중반인 20143FATF 상호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번처럼 아무리 꾸물대더라도, 차기 정권의 임기 중반인 2013년까지는 입법 작업을 종료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기득권층과 양심 불량 전문가들이 한통속이 돼, 각종 불법과 탈법을 통해 저지른 금융범죄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국민이 피눈물 흘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 재벌들과 양심 불량한 전문가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불투명한 금융거래와 탈세 행위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어차피 맞아야 할 매라면 미리 맞는 게 낫다는 옛말을 상기해, 대선후보들은 FATF2차 상호평가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권고한 8가지의 긴급 사안만이라도 조속히 법제화할 것을 공약으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세력의 저항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국제규범에 기대서라도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금융 투명성 강화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은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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