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진단] 최재형 후보의 상속세 전면 폐지 주장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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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 최재형 후보의 상속세 전면 폐지 주장에 대한 비판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9.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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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지난 916일 최재형 국민의 힘 대선 후보는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제 전면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역임한 최재형 대선 후보의 주장을 간추려보자.

최근 자산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여러분이 살고 계신 집, 보유하고 계신 재산은 상속세 감면 한도를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캐나다, 스웨덴, 호주,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이다.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이다. 우리가 복지 천국이라 부르는 북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상속세가 없고, 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 이상이다.

상속세의 세수는 2020년 기준 42294억 원, 전체 세수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속받은 재산이 현금, 예금이라면 소득세로 과세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면 처분하거나 이전할 때 과세하면 된다.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을 재설계하여 상속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겠다.

자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정상적인 일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 계속 운영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단지 대를 물려 경영한다는 이유로 그 지배력을 절반 이상 가져가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

특정 세금이 중산층 국민에게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기업의 성장과 영속 자체를 막아선다면, 그 세금은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국가가 세금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경영권과 중산층의 정당한 부의 승계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지금껏 사람들이 비난이 두렵고 비판이 두렵고 질문받기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짚어보자.

 

조세부과 원칙에 위배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치인이자 계몽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세상에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부과의 형평성 원칙을 재치있게 표현했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38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천명하고 있다.

상속으로 인해 부가 이전됐다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시대 정신으로 회자되는 공정, 정의 또는 상식에 비추어봐도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국세청 조세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재산을 상속받은 274만명 가운데 1.9%만이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은 피상속자의 3.34%로 늘어났다.

유럽에서 절대왕권이 성립되기 이전 농민과 상인 계층과는 달리 귀족층은 면세특권을 누렸었다. 이들에 대한 특혜를 없애기 위해 탄생한 이론이 국민개세주의이다.

일부 부유층에 대한 상속세 부과를 포기하자는 주장은 몇 세기 전 유럽으로 회귀해 면세특권층을 부활시키자는 주장과 다를 것 없다. 이런 주장은 대한민국헌법과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와 OECD 12개 회원국의 상속세 과세제도와의 비교

보수언론이나 경제지들은 스웨덴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스웨덴에는 상속세가 없다. 하지만, 대신 자본이득세가 있다. 상속받은 재산 자체에는 부과하지 않지만, 상속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는 예외 없이 자본이득세를 부담하고 있다. 상속받은 주식, 채권 또는 부동산 등의 재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와 유사한 개념이다. 다른 선진국 사례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2008년부터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란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 혜택을 부여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상속세 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이나 사후관리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요건을 완화해 줄 것과 금액의 대폭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수많은 청년이 무일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5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상속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물려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임이 분명할 것이다.

2014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가업상속공제가 평등권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례나,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2014년 가업상속공제 폐지와 함께 상속세 최고세율과 면세점을 함께 올린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에 걸맞게,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보완하는 것이 옳은 정책 방향일 것이다.

 

세제와 세정상의 문제점

(1) 세제상의 문제점

국회예산정책가 발표한 우리나라 조세지출 관리체계 현황과 과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세지출액은 568천억원으로 전년 539천억원(추정) 대비 29천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세지출(Tax Expenditure)이란, ‘납세자에 대한 조세감면,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우대세율 적용 또는 과세이연의 조세특례 지원을 통해 재정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 세입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 조세지출액은 근로장려세제 확대, 투자 및 고용 관련 세액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9.4%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지나친 조세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조세지출 성과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조세지출 예산이 법정한도를 초과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과도한 농어민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혜택, 농지나 일가구 일주택 양도세 면제 또는 이자나 배당 등의 재산소득에 대한 우대세율 적용 등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과소 징수했을 경우, 이를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 이외에는 달리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원을 증여받아 16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하고 현금 44억원을 확보했다. 이 돈으로 몇 차례 삼성 계열사를 통한 세테크를 통해 1년 만에 600억원으로 불렸고, 몇 차례 마술을 부린 후 급기야 400조가 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삼성이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절세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유권해석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말, 정부는 증여세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을지라도, ‘부의 무상 이전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사법부가 조세법률주의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빌미로 편법·변칙 증여 행위에도 과세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한 입법 조치였다. 하지만, 증여세 포괄주의 도입 이후에도, 사법부는 조세법률주의를 핑계로 국세청의 정당한 과세행위에 제동을 걸어 국세청을 움츠리게 했다.

 

이렇게 법을 타고 넘어 과세 그물망을 빠져나갔을 경우, 상증세 이외에는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어 상속세 전면폐지 주장은 뜬금없는 것이다.

 

(2) 세정상의 문제점

지난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1년 신고분 기준 Tax Gap은 소득세 15.8%, 법인세 12.9%, 부가가치세 19.1%, 개별소비세 1.6%, 그리고, 상속/증여세 26.7%로 나타났다.

 

Tax Gap이란 이론적 세 부담과 실제 세 부담의 차이 금액을 말한다.

 

2018IMF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9.83%로 추정됐다.

 

지하경제란 세금이나 사회보장 기여금,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안전기준 등과 같은 규제, 통계조사 작성이나 행정 양식 제출 등 행정절차 등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 당국에 숨긴 모든 경제행위를 뜻한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199730.4%를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 201419.8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9.2%), 베트남(14.78%), 중국(12.11%) 및 홍콩(12.39%) 등과 비교할 때, 우리의 지하경제 규모는 아직도 너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8.19%인 일본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은 국세청이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주요 선진국의 지하경제비율은 10% 미만으로, 호주(8.10%), 오스트리아(9.01%), 캐나다(9.42%), 독일(7.75%), 아일랜드(9.58%), 네덜란드(7.83%), 뉴질랜드(8.97%), 영국(8.32%), 미국(7%) 등으로 나타났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상속세 제도가 없는 나라의 사례로 제시한 스웨덴의 경우, 세금 징수율이 98%에 달한다.

 

일본의 지하경제비율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상속세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속세 전면폐지 주장이 뜬금없는 이유이다.

 

(3) 세제와 세정 상 병합 현상으로 발생한 문제

지난 2008년 삼성특검은 밝힌 45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이 삼성 임직원 명의의 1,199개의 차명계좌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추정컨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대미문의 가장 큰 규모의 비자금 조성 범죄행위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비자금은 수입금액을 누락시키거나 비용 뻥튀기를 통해 조성되는데, 이는 총수 일가의 불법적 부의 축적행위이다. 비자금 조성행위는 기업과 소액주주 및 기업과 관련이 있는 다수 이해관계자의 부를 도둑질 한 것이다. 비자금 조성은 탈세 등의 범죄와도 연계된다. 비자금은 과거 정경유착 현상이 극심하던 시절 정치자금 뇌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인허가 또는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뇌물로 제공되거나, 납품 기회확보 또는 수주 증대를 위한 거래처에 뇌물로 제공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비자금 조성행위나 사용은 대형범죄의 온상으로 국민경제를 갉아 먹는 좀 벌레라 할 것이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행위는 실정법에 명시된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에 포착되지 않았다.

 

문제는 비자금 조성 이후 삼성 비자금은 오랫동안 금융실명법을 포함한 여러 법령도 교묘하게 빗겨 나갔다. 무서운 FIU 망도 피해 나갔다.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뿌리부터 우롱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경제 현실에는 분명 하인리히 법칙(1:29:300)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상속세법 전면폐지 주장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영권 승계 관련 문제

실증사례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영권 프레미엄은 대략 46~63%으로 다른 선진국에 대략 2~3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법에 규정된 사전적 또는 사후적 통제 시스템의 오작동 수준이 심각하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법 따로 행정 따로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현주소인 셈이다.

 

보수언론이나 재계에서는 경영권 관련 주식에 대해 상속세 20%를 할증하는 상속세법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할증률을 없애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아들에게 막대한 부를 물려주는 것은 아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죽이는 것이고, 쓸모없고 가치가 적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워렌 에드워드 버핏(Warren Edward Buffett)기업의 경영권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들의 아이들을 국가대표로 뽑아 올림픽에 참가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거물들의 주장과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괴리가 크다.

 

평생 법과 씨름하며 살아온 인사가 대한민국헌법 제38조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주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혹여 다른 대선 후보들이 공약 베끼기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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