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피해 유족에 고개숙인 재판부…″더 일찍 명예로움 선언 못 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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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피해 유족에 고개숙인 재판부…″더 일찍 명예로움 선언 못 해 죄송″
  • 김준환 기자
  • 승인 2020.01.20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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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왼쪽)씨와 아내 진점순(97)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고 있다.
고(故)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왼쪽)씨와 아내 진점순(97)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립니다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처형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72년 만에 사법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김정아 부장판사)20일 내란과 국가문란 혐의로 넘겨져 처형당한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당시 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사유를 또박또박 읽던 김 부장판사는 유족에게 사과한 뒤 울먹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방청석에서는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는 눈물을 닦고 말을 이어갔다.

김 부장판사는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다장환봉씨는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걸어야 하는 길이 아직도 멀고도 험난하다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되어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바랐다.

판결을 마친 김 부장판사를 비롯한 배석 판사와 검사, 법원 직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무죄 판결이 선언되자 방청석에서 재판을 보던 유족과 시민단체, 시민 등 70여명을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장씨의 딸 장경자씨도 국가가 진정한 사과를 이제야 했다증인들이 살아계실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씨는 1948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 탈환 후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 집행된 점 등을 이유로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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